휴대폰 전쟁 2라운드는 달리는 스마트폰에서
삼성·애플·화웨이·샤오미 모두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다. 최근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한 LG도 26년간 이 시장에서 고군분투했다.
그런데 이들 업체는 다른 업체에서 다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같은 기계를 다루는데 덩치는 더 커졌다.바로 전기 자동차다. 화석연료는 갈수록 고갈되고 지구환경 파괴는 심각해진 상황에서 환경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전기자동차다. 스마트폰을 두고 다투던 기업들은 이제 무대를 바꿔 '달리는 스마트폰' 경쟁에 돌입했다. 휴대전화 기업의 전기차 사업 진출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동차는 이제 완성차업체만의 영역이 아니다. 정교한 엔진 기반 자동차가 아닌 모터로 돌아가는 자동차는 완성차 시장 진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환경에만 좋은 줄 알았던 전기차는 기술적으로도 진보했다. 소음은 적고 주행 비용도 줄었다. 지금은 환경을 고려하지 않아도 전기차가 좋다는 소비자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피처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듯이 전기차를 타고 보면 다시 내연기관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미래의 전기자동차를 단순히 전기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만 상상해서는 안 된다. 모든 전기차는 결국 자율주행기술과 만날 운명이다. 완전한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초고속통신이 구축돼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센서로 환경을 파악하는 동시에 주변과 긴밀히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주행하면서 돌발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이것에 지연이 생겨서는 안 된다. 그래서 빠른 통신속도는 필수다. 주행 전반은 소프트웨어가 제어하게 된다.
자동차는 결국 거대한 통신 기기가 될 것이다. 자율주행 전기차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통신을 한다는 점에서 스마트폰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기업들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실제로 규모가 큰 기술업체 대부분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서는 스마트폰 패권을 놓고 다툰 기업들의 전기차 사업 진출 양상에만 초점을 맞춘다.
(출처:9to5mac) 애플 그는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다 2019년 돌연 프로젝트 중단을 발표했지만 최근 다시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애플이 공식 발표하거나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시장에서는 애플카 개발을 기정사실로 꼽았다.
해프닝도 있었다. 애플이 애플카 제조 협력업체를 찾는 과정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새어나와 두 기업은 공시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13일(현지 시간) 미국 외신들은 애플의 첫 전기차 모델 생산을 위해 애플과 LG의 마그나e 파워트레인의 계약 타결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LG마그나e파워트레인은 시장성 평가를 위한 초기 생산물량을 맡게 된다.
애플은 애플카 개발 준비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올 2월에는 애플이 자동차에 탑재한 자율주행센서 라이더(LiDAR) 공급업체를 물색 중이라는 블룸버그 보도도 있었다.
기존 애플의 경영방식처럼 전기차 사업의 전 과정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생산은 위탁하고 애플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설계, 디자인만 맡는 방식이 유력하다.
애플카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지만 출시는 아직 멀었다는 분석이다. 애플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차가 출시되려면 최소 5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bloomberg) 화웨이 화웨이 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준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화웨이는 해당 사업에 10억달러(약 1조1269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전기차는 장안자동차를 비롯해 중국 완성차 기업 3곳과 협업해 만든다.에릭 슈 화웨이 순환회장은 테슬라를 의식한 듯 테슬라가 갖고 있는 800km 자율주행 기술보다 앞선 1000km 자율주행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안에 가장 큰 기회는 자동차 산업에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카가 애플카보다 먼저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Alex Santafé) 샤오미 샤오미도 전기차 진출을 공식화했다. 설립 11년째를 맞아 새롭게 도전할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전기차를 선택한 것이다. 지난달 열린 신제품 발표에서 여군 샤오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언급한 내용이다.기업들이 보유 중인 가용자금 중 약 10%인 100억위안(약 1조7095억원)를 전기차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10년간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를 투자한다고 한다. 레이쥔 CEO는 풍부한 자금 사정에서 자신감을 얻어 전기차 사업에 대한 투자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샤오미의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의 출시 시기나 구체적인 생산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샤오미 전기차의 외주업체로 중국 완성차 기업인 창청자동차가 선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은 물론 다양한 스마트기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이 가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에 도전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출처: LG전자) LG=한국 기업들은 다른 전략을 쓰고 있다. 완성된 전기차가 아니라 전기차 부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LG전자는 지난해 말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회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합작사명은 LG 마그나e 파워트레인으로 출범 예정 시기는 올해 7월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위한 행보도 시작됐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고 녹색 뉴딜정책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현지 공장 구축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오하이오주에 첫 합작공장을 세웠다. 내년 35GWh(기가와트시) 규모로 가동된다. 현재 테네시 주에 30GWh 규모의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최소 2곳에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70GWh(기가와트시) 규모다.
공장에서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원통형은 테슬라로 채용된 배터리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문제도 최근 매듭지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2조원이라는 거금을 합의금으로 받게 됐다.
하지만 타격이 작지 않다. 일단 분쟁소송에만 몇 천억원을 소비했다고 한다. 분쟁이 계속되는 동안 중국 배터리 시장의 지배력도 강화됐다. 폴크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도 LG에너지 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사이의 분쟁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 수급을 불안하게 해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다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리비안 R1T=삼성의 앞서 언급한 스마트폰 제조사 중 삼성전자만이 유독 전기차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아픈 기억 탓일까. 삼성은 반대를 무릅쓰고 자동차 사업에 참가했지만, 불명예스럽게 손을 뗄 수밖에 없었던 과거가 있다. 회사는 2000년 9월, 프랑스의 자동차 메이커 르노가 매수했다. 그래서인지 자동차 사업 진출에는 신중해 보인다.대신 삼성SDI가 전기차 관련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신형 하이브리드(HEV) 차량에 탑재할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삼성SDI가 맡게 됐다고 업계는 전했다. 배터리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의 지름 21㎜, 높이 70밀리의 원통형 배터리에서 지름만 늘리고 높이는 유지하는 선에서 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13일에는 삼성SDI가 미국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리비안은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기업이다.
삼성SDI가 생산하는 배터리는 리비안의 전기 픽업트럭 R1T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에 탑재된다. 리비안 측은 삼성SDI 배터리가 안전하고 성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연구개발(R&D)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8083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지적재산권 출원 및 등록건수도 전년보다 7.6% 증가한 2만4385건이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배터리의 안전성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연장선에서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개선하는 전 고체 배터리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